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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용사 안장식에 등장한 신스틸러 칠면조

작성자 : 이일의


    6·25 참전용사 안장식에 등장한 신스틸러 칠면조  

    [수요동물원] 정지섭 기자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국제부 정지섭 기자입니다. 아메바부터 침팬지까지,
    사람 빼고 살아서 숨쉬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려 드립니다.  

    6·25 참전용사 안장식에 등장한 신스틸러 칠면조

    장진호 전투서 실종됐던 미군 안장식
    운구 행렬 뒤따르는 야생 칠면조에 '눈길'
    엄숙함 깃든 국립묘지는 생태의 보고이기도

    미국 수도 워싱턴DC 근교에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멀게는 남북전쟁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파병했던 크고 작은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 4만여명이 잠들어있죠. 지금도 전세계 곳곳에서
    과거 실종자에 대한 수색작업이 진행되면서 한 세기 가까이 전에 실종됐던 참전군인의 유해가 뒤늦게
    각별한 의전 속에 안장되는 장면도 종종 펼쳐집니다.
    아름다운 숲과 끝없이 펼쳐진 흰 비석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이곳에 발을 디디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근엄함과 존경심이 서려있습니다. 이 엄숙한 공간에서 최근 일어난 작은 해프닝이
    화제입니다. 70여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병사를 뒤늦게 안장하는 엄숙한 행렬을 인간이 아닌
    불청객이 뒤뚱뒤뚱 따르는 장면이 포착된 겁니다. 미국의 대표적 텃새인 야생 칠면조였습니다.


    지난 16일 6·25에 참전해 장진호 전투에서 숨진 미쇼 튜브빌 일병이 71년만에 고국에 잠들던 날,
    안장 행렬을 암컷 야생칠면조 한마리가 뒤따르고 있다. /U.S. Army photo / Ashley Wright / DPAA

    지난 16일. 알링턴 묘지 무명용사 묘역 인근에서는 참전군인 안장을 위한 운구 행렬이 장엄하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행렬의 끝에서 예상치 못했던 신 스틸러가 포착됐지요. 행렬의
    맨 뒤에서 적당한 간격을 두고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그러나 자신도 추모의 의지를 보이며
    동참하려는 듯, 걸어가는 모습에서 에티켓과 배려심 마저 느껴집니다.
    영결식의 주인공과 특별한 인연이라도 있었나, 혹은 고인의 환생인가, 하는 상상의 나래마저 펼쳐질
    정도입니다. 이 신스틸러 덕에 무겁고 장엄하던 분위기에 약간의 여유로움이 생겨났습니다.
    이 칠면조는 암컷이었고,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짝인 수컷도 보였다는군요. 알링턴 국립묘지 측은
    “칠면조는 무명용사 묘역 인근에서 장례 행렬을 따르며 고인에게 예를 갖췄다”는 재치있는 설명을
    곁들였습니다.


    국립대전현충원 묘역에서 꽃사슴 두 마리가 산책을 하고 있다.
    과거 이곳에 있던 사육 사슴장에 살던 사슴의 후손으로 추정된다.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

    이날 장례식 주인공은 한국과도 각별한 인연입니다. 안장된 군인은 6·25 전장에서 서른 한 살의
    나이에 스러진 사우스캐롤라이나 딜런 출신 미쇼 튜브빌 일병이었거든요. 그는 미 7보병사단
    31연대 3대대 본부중대 소속이었는데, 1950년 12월 1일 장진호 전투에서 적의 급습을 받고 철수하던
    중 행방불명됐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정상회담에 따른 후속조치로
    한 달 뒤 북한이 미국에 보낸 쉰 다섯개 관에 담긴 유해더미에 그의 시신이 있었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 실종자 확인국에서는 최첨잔 유전감식기법을 동원해서 그의 신원을 찾아냈습니다.
    2021년 2월 그의 신분은 71년만에 실종장병에서 전사자로 바뀌었습니다. 강산이 일곱번 바뀐 뒤에야
    고국으로 돌아와 잠드는 서른 한살 청년의 영결식은 이렇게 적막감과 엄숙함 속에 쌀 한톨만큼의
    여유를 선사하는 자리가 됐습니다. 신스틸러 칠면조 덕분에요.


    대전현충원 내 연못에서 청둥오리 암컷이 새끼들을 이끌고 헤엄치고 있다.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

    이 특별한 야생 칠면조는, 추수감사절 때마다 미국 대통령에 의해 ‘도축면제권’을 보장받는 행운의
    한쌍처럼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건 보장할 수 없습니다. 알링턴 국립묘지 측은 이날의
    신스틸러 칠면조를 언급하면서 “이곳의 야생 생태계가 얼마나 풍부한지를 알려주는 한 사례”라면서
    “참배객들은 이곳은 또한 야생동물들의 안식처임을 각별하게 유의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 야생 생태계의 일원에는 칠면조 뿐 아니라 다람쥐, 사슴, 벰. 그리고 야생칠면조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코요테와 여우까지 살고 있습니다. 여의도 면적과 엇비슷한 이 국립묘지에서는 낮과 밤마다 먹으
    려는 자와 먹히지 않으려는 자의 치열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을 모신 국립묘지는 특성상, 하나의 멋진 자연공원 역할도 합니다.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를
    무턱대로 부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동작동 국립현충원에는 26종의 야생조류가 서식하고 있어 도심 속
    생태보고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립서울현충원 홈페이지

    서울 국립현충원 역시 빼어난 생태 공원이기도 하거든요. 강남 번화가와 여의도가 지척임에도 불구하고
    호국시설이라는 특성상 반세기 넘게 정성들여 보존돼온 이곳에서 공식적으로 서식이 확인된 새만
    26종에 달합니다. 대전현충원 역시 천연기념물인 원앙과 소쩍새 등을 비롯해 다양한 산짐승의 안식처로
    생태공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죠. 공교롭게도 한국(6월 6일)과 미국(5월 30일)의 현충일이 일주일
    간격입니다. 코로나의 족쇄에서 조금씩 벗어나 푸르름의 계절로 들어가는 이 눈부신 나날,
    번잡한 곳 대신 나라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운좋으면 야생동물들과도 마주할 수 있는 국립묘지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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