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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공기와도 같은 존재, 반도체가 뭐기에?

작성자 : 이일의


    [주간동아] 공기와도 같은 존재, 반도체가 뭐기에?    

    강현숙 기자 입력 2022-05-28

    한국이 반도체 최강인 이유 | 무시받는 국가에서 세계 1위가 되기까지


    ㅣ4차 산업혁명 이끄는 新석유… 美·中 패권 갈등의 핵심 요소 부상

                                                               [GettyImages]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를 하는 30대 직장인 A 씨. 스마트폰 알람으로 잠을 깬 그는 LED
    (발광다이오드) 전등을 켜 방 안을 밝힌다. 정수기에서 물을 한 잔 따라 마신 뒤 냉장고 문을 열어
    과일과 빵을 꺼낸다. 전기레인지를 켜서 버터를 두른 팬에 빵을 굽고, 커피머신에서 내린 커피와
    함께 아침식사를 한다. TV는 혼자 사는 A 씨에겐 즐거운 ‘밥친구’다. 식사를 마치고 세안 후 노트북을
    챙겨 집을 나선 그는 무선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지하 주차장까지 간다.

    오늘은 업체 미팅이 있어 현장으로 바로 출근하는 날이다. 내비게이션으로 주소를 찍고 자가용을
    운전해 출근길에 오른다. 미팅을 마친 뒤 지문 정보를 읽어 인증하는 반도체가 내장된 생체인증카드로
    결제해 점심식사를 한다. 집에 돌아와 컴퓨터로 회의 내용을 정리해 보고서를 작성하면 하루 업무
    마무리! 퇴근 시간 후에는 전자레인지에 즉석밥을 데워 먹고, 밀린 빨랫감을 모아 세탁기를 돌린다.
    하루 종일 전자기기에 파묻혀 지내는 일상인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핵심 부품인 반도체와 함께 살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업의 쌀’ ‘첨단기술의 집약체’로 일컬어지는 반도체는 중간재 성격을 갖기에 일상에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진 않는다. 하지만 어느 산업에나 존재하며,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은 전자제품을 찾기
    힘들 만큼 우리 삶에서 필수불가결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5월 20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뉴시스]

    5월 20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경기 평택시 반도체 공장(평택
    캠퍼스)을 찾은 것은 지금 미국이 반도체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최근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심화로 자동차·정보기술(IT) 등 미국 주력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으로 반도체 수요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미국 입장에서는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이 국가 장래가 걸린 핵심 과제인 상황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량이 12%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 등 동맹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자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 확충을 추진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캠퍼스 방문은 대만과 함께 미국의 주요 반도체 공급
    처인 한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반도체 동반자 관계’임을 확고히 하려는 외교 행보인 것이다.

    반도체가 세계 경제의 핵심 자원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영국 시장조사업체 TS롬바르드의 로이
    그린 경제학자는 미국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반도체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석유’”라며 “반도체 칩은 제조업과 소비자 가전의 중요한 부품이었으나, 앞으로 사용 용도가 교통, 디지털
    서비스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新석유’


    냉장고, 세탁기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자기기에는 대부분 반도체가 들어간다. [GettyImages]

    반도체는 전기전도도가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인 물질이다. 평소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지만 빛이나 열,
    불순물 등을 가하면 전기가 통한다. 산업에서 반도체는 IC(Integrated Circuit: 집적회로) 또는 칩(Chip)을
    의미하고, IC는 각종 전자기기 동작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반도체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극도로
    미세한 ㎚(나노미터) 영역에서 원자와 분자의 지속적인 움직임을 통해 완성된다. 주로 원소기호 14번인
    반도체 물질 실리콘(Silicon·규소)이 원재료로 사용되는데, 중앙처리장치(CPU)나 D램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칩 종류는 쓰임새와 구조에 따라 수십만 개가 넘는다. 이 중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
    연산·제어를 담당하는 비메모리반도체 등 기능에 적합한 여러 칩이 탑재돼 제품을 완성한다. 스마트한
    기능을 갖춘 TV나 냉장고에는 10개 내외, 스마트폰에는 10개 이상의 반도체 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
    졌다. 특히 반도체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반 기술로
    인식되면서 세계 각국은 반도체를 국가 전략사업으로 키우고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다양한 데이터 확보
    와 가공이 중요한 상황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게 바로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로 나뉜다. 업계에 따르면 시장 규모는 3 대 7 정도다.
    메모리반도체는 데이터를 영구 저장하거나 임시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60% 이상 세계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휘발성 메모리반도체인 D램과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 플래시(Nand Flash) 등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3강 구도를 이루며 독주해왔다.
    D램은 개인용 컴퓨터, 노트북, 스마트폰, 그래픽카드, 차량용 반도체 등 데이터가 저장되는 모든 공간에
    사용된다. ‘현명한 반도체 투자’의 저자이자 연세대에서 반도체 소재로 박사학위를 받은 우황제 박사는
    “D램은 오랫동안 제조 기술이 발전해온 만큼 낸드 플래시보다 제조가 어렵다. 아무리 많은 금액을 투자
    해도 방대한 전문 인력과 수십 년 이상 쌓아온 노하우가 없으면 도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낸드 플래시는 시장 개화가 늦었던 만큼 아직은 기술적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고용량화에 따라 낸드 플래시 구조가 복잡해지고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
    서 기술 장벽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비메모리반도체는 데이터 저장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모든 반도체를 통칭한다.
    그만큼 반도체 종류가 수없이 많고, 시장 규모도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훨씬 크다. 컴퓨터 두뇌 역할을
    하는 CPU, 스마트폰과 디지털 TV에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우 박사는 “비메모리반도체는 전자기기의 ‘뇌’ 역할을 하는 연산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화려한 화면을
    만드는 그래픽 반도체, 통신 신호를 처리하는 통신 반도체, 외부에서 들어온 빛을 감지해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센서 반도체, 기계장치가 정밀하게 움직이도록 구동을 돕는 구동 반도체를 아우른다”고
    설명했다.

    진입 장벽 높은 독과점 시장 구조


    스마트폰에 탑재된 비메모리반도체 AP는 모든 명령을 처리하며 각종 애플리케이션의 작동과
    그래픽 처리 등을 담당한다. [GettyImages]

    일례로 냉장고와 전기밥솥, TV 같은 가전제품들에는 초소형 컴퓨터로 불리며 두뇌 역할을 하는 비메모리
    반도체인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이 들어간다. 단순 시간 예약부터 밥맛 조절, 냉장고 온도 조절,
    TV 영상 녹화 등 특수한 기능에 이르기까지 전자제품의 다양한 특성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반도체 칩 안에 특정 목적의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식해 여러 기능이 발휘되도록 하는 원리다.

    스마트폰의 핵심이 되는 비메모리반도체는 AP다. 모든 명령을 처리하고 각종 애플리케이션 작동과
    그래픽 처리 등을 담당한다. 스마트폰의 공간 절약과 전력 소비 절감을 위해 컴퓨터의 CPU 기능과
    메모리, 하드디스크, 그래픽 카드 등 복잡한 시스템을 AP에 모두 구현한다. 이에 따라 모든 칩셋이
    한곳에 모여 있다는 의미로 ‘SoC(System on Chip)’로도 불린다. 비메모리반도체는 칩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칩 설계에 주력하는 기업과 제조 기업이 구분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산업 특성에 맞춰 반도체 기업은 크게 3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팹리스가 설계하면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Foundry), 두 가지 사업을 모두
    병행하는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종합반도체 회사)이다.
    한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인텔은 IDM, 대만 TSMC·UMC는 파운드리, 미국 엔비디아
    ·AMD·퀄컴 등은 팹리스 기업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높은 기술 장벽으로 독과점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산업 특성상 매년 설비투자에 수조 원 이상을 들여야 제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진입이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설비투자를 향후 시장 성장세를 전망할 수 있는 일종의 선행
    지표로 인식한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는 1월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보다 3분의 1 이상 늘어난 400억~ 440억
    달러(약 50조5720억~55조6000억 원)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5월 24일 반도체·바이오·
    신성장IT 부문에 5년간 450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반도체 분야에만 300조 원가량을 투자할
    것으로 전해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반도체 분야는 자동차용 반도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서 자동차는 움직이는 전자기기로 인식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에
    장착되는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데 사용되며 센서, 엔진, 제어장치, 구동장치 등 핵심 부품에 탑재된다.
    현재 자율주행차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ADAS)에는 MCU, 전자제어장치(EC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자율주행차와 함께 성장하는 차량용 반도체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중심으로 비상하는 아시아
    태평양’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연료차와 자율주행 전기차 대당 탑재되는 반도체 평균 개수는 각각
    2017년 791개와 1119개에서 2022년 850개와 1510개로 증가했다(그래프1 참조). 자율주행 기술이
    발달할수록 제어 반도체와 스토리지 용량 등이 늘어나기 때문에 필요한 반도체도 더 많아지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차 시장의 성장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 발전을 견인한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자율주행차 시장이 2035년까지 770억 달러(약 97조366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때가 되면 자율주행차가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전 세계 자동차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450억
    달러(약 57조 원)에서 2040년 1750억 달러(약 221조 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그래프2 참조).

    자율주행 기술은 시스템이 운전에 관여하는 정도와 운전자가 차를 제어하는 방법에 따라 0~5레벨로
    점진적으로 구분된다. 레벨 0은 전통적 주행, 레벨 1은 운전자 지원, 레벨 2는 부분 자동화, 레벨 3은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조건부 자동화, 레벨 4는 고도 자동화, 레벨 5는 완전 자동화 단계다. 현재 적용
    중인 자율주행 성능은 레벨 3이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자율주행 고도화를 위한 반도체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지난해 8월 ‘자율주행 시대를 위한 자동차 반도체’ 보고서
    에서 현재 상용화된 레벨 2 기술이 2030년까지 자동차 반도체 칩 수요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따라 2025년부터 레벨 3, 4의 차량용 반도체 칩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자율주행차 한 대에 탑재되는 반도체는 1500개가 넘는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차
    시장의 성장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 발전을 견인한다고 분석한다. [GettyImages]

    자율주행차 상용화 등 반도체를 통한 4차 산업혁명이 안착하려면 어떤 과제를 넘어야 할까.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의 현재 숙제는 인공지능인데, 인공지능을 잘 구현할 수
    있는 반도체 연구가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인공지능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 초저전력으로 실행하는 반도체가 상용화된다면 자율주행이나 로봇 분야가 혁신적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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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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