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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키운 닭 잡아먹는 것, 그것도 생태계다

작성자 : 이일의
    
     자기가 키운 닭 잡아먹는 것, 그것도 생태계다   
    
       [중앙일보] 입력 2018.09.13 
       김성주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29) 
    새우 양식장을 준비하는 전남 순천의 J 씨는 요즘 난감한 일이 생겼다. 새우 양식업을 하려고 여기저기 땅을 
    알아본 뒤 전라남도 바닷가의 한적한 논을 매입해 설계와 인허가를 마치고 이제 관공서의 최종 심의만 남은 
    상황에서 멸종위기종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멸종위기종이 발견되는 즉시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린다. 멸종위기
    종에 대한 뚜렷한 대책 없이는 시설 유치는 불가하다고 지역의 환경단체가 들고나오기도 한다.  
    
    양식 사업을 계획 중인 곳에서 멸종위기종이 발견되면 사업 추진이 멈춘다. 양식 시설에서 나오는 배출수는 오염 물질보다 액비에 가깝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양식 사업을 계획 중인 곳에서 멸종위기종이 발견되면 사업 추진이 멈춘다. 양식 시설에서 나오는 배출수는 
    오염 물질보다 액비에 가깝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양식 시설에서 최종으로 나오는 배출수는 오염 물질이라기보다 액비에 가깝다. 그래서 인근 농가에 천연 비료로 
    나누어 주고 친환경 농업에 앞장서겠다는 포부까지 밝힌 터였다. 정말로 자신의 사업이 멸종위기종에 해가 된다
    면 사업을 접을 것이지만 만일 합당한 대책이 나온다면 추진할 생각이다. 
      
    그런데 더 난감한 것은 그 멸종위기종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려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확한 보고서가 없으니 
    대충 추정할 뿐이다. 혹시 자신이 외지인이라 차별하나 싶어 귀농 귀촌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며칠 전 TV에 오리를 잡아먹는 수달을 방영한 동물 프로그램이 있었다. 어떤 농민이 하천에 오리를 풀어 기르는 
    방법으로 기르고 있는데, 밤마다 한 마리씩 없어지길래 조사해 보니 범인은 수달이었다. 인근 금강 유역에 사는 
    수달은 녹조 때문에 먹이가 부족해지자 수로를 따라 7km를 올라왔다가 10여 마리의 오리 떼를 발견하고는 매일 
    밤 한 마리씩 물어 갔단다. 
      
    - 수달에게 미꾸라지 먹이 준 오리 농가  
    국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 금강에 녹조가 절정에 이르고 오염된 강물에서 먹을 것이라곤 폐사한 물고기 뿐인 수달이 먹이를 찾아 오리 농가까지 내려오는 등 수달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중앙포토]
     
     
    국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 금강에 녹조가 절정에 이르고 오염된 강물에서 먹을 
    것이라곤 폐사한 물고기 뿐인 수달이 먹이를 찾아 오리 농가까지 내려오는 등 수달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중앙포토]
      
    
    농민은 부랴부랴 오리를 우리에 가두고. 미꾸라지를 잡아 오리를 키우던 개울에 풀었다.수달이 먹으라고 말이다. 
    좋은 마음씨를 가진 분이다.어쩌다 수달이 좁다란 농수로를 따라 올라오게 되었을까. 이번 폭염에 금강은 녹조가 
    절정에 이르렀고 녹조에 오염된 강물은 물고기를 폐사시켜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은 먹을 것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국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그까짓 오리 몇 마리를 잡아먹은 것이 
    무슨 대수랴. 환경 파괴는 애꿎은 수달과 오리 농가를 힘들게 만들었다. 
      
    - 멸종위기인 고라니, 유해조수로 지정돼  
    시골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라니. 밭을 헤집어 놔서 시골의 천덕꾸러기로 불리지만 사실 고라니도 멸종위기종이다. 늑대가 멸종하고 천적이 사라진 고라니가 개체수가 늘은 듯 하지만, 로드킬로 인해 엄청난 수가 죽어가고 있다. [중앙포토]
     
    시골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라니. 밭을 헤집어 놔서 시골의 천덕꾸러기로 불리지만 사실 고라니도 
    멸종위기종이다. 늑대가 멸종하고 천적이 사라진 고라니가 개체수가 늘은 듯 하지만, 로드킬로 인해 
    엄청난 수가 죽어가고 있다. [중앙포토]
      
    
    시골길에서 흔하게 보는 고라니라고 안전한 것이 아니다. 강원도 평창에서 배추와 고추를 기르며 이것저것 심는 
    농부 P 씨는 늘 고라니 때문에 골머리이다. 밭에 심은 것이 조금 자라나 싶으면 고라니가 나타나 헤집으니 난감
    하다. 울타리도 쳐보고 수시로 나가 보지만 밤에 몰래 넘어와 작물을 먹고 가버려 뾰족한 수가 없다.  
      
    어쩌다 숲속에 뭔가 보여 달려 가보니 고라니 새끼다. 고라니 새끼는 줄무늬가 꽃사슴과 똑같다. 큰 고라니는 
    사람 우는 소리를 내고 노린내가 심해 징그럽지만 새끼는 너무 귀엽다. 새끼가 무슨 죄가 있으랴. 그래서 놓아
    주었단다. 
      
    어쩌면 노린내는 고라니에게는 축복이다. 노린내 때문에 사람들이 잡아먹기를 꺼렸기에 살아남았다.그리고 사람
    들이 고라니의 천적 늑대를 멸종시켰다. 천적이 없어진 고라니는 마음 놓고 살게 되는가 싶더니 또 다른 천적이 
    나타났다. 자동차다. 로드킬로 엄청나게 죽는다. 고라니도 사실은 멸종위기종이다. 중국과 한국에서만 서식하는 
    고라니는 중국에서는 많이 없어졌다.국제적으로 귀한 고라니는 정작 한국에서는 유해조수로 지정되어 천덕꾸러
    기 신세이다. 
      
    - 쌀농사 때문에 희생되는 맹꽁이  
    맹꽁이는 육지 생태계와 수생태계가 조화로운 곳에 서식한다. 맹꽁이가 멸종위기종이 된 이유는 사람때문이다. 쌀의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농약을 남용한 탓에 맹꽁이가 농약을 먹고 죽는 경우가 많아져 멸종위기종이 되었다. [중앙포토]
     
    맹꽁이는 육지 생태계와 수생태계가 조화로운 곳에 서식한다. 맹꽁이가 멸종위기종이 된 이유는 
    사람때문이다. 쌀의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농약을 남용한 탓에 맹꽁이가 농약을 먹고 죽는 경우가 
    많아져 멸종위기종이 되었다. [중앙포토]
      
    바보 같은 짓을 하는 사람에게는 손으로 머리를 툭 하고 치면서 “이런 맹꽁이 같으니라고”라고 소리친다.  
    맹꽁이가 어수룩하고 멍청이라는 증거는 없다. 다만 개구리처럼 민첩하지 않고 두꺼비처럼 독해 보이지 않아 
    맹꽁이는 순한 이미지를 가져 그런가 보다. 지천에서 “맹꽁. 맹꽁” 하면서 우는 맹꽁이는 지금은 멸종위기종이 
    되어 매우 귀하다. 그래서 맹꽁이가 나타나면 그 주변 일체의 개발 행위는 멈춰 서게 된다. 
      
    맹꽁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맹꽁이가 산다는 것은 그 지역의 육지 생태계와 수생생태계가 조화롭다는 
    것이라 의미가 더 크다. 사람들은 맹꽁이의 서식처를 조사하고 보존하고, 필요하면 서식지를 새로이 조성해 
    이식을 시킨다. 
      
    그 많던 맹꽁이는 어디를 갔느냐고 푸념하지 마시라. 우리가 먹고 있는 쌀 때문이다. 쌀의 수확량을 늘리자며 
    그동안 농약을 과감히 뿌려댄 탓에 맹꽁이가 농약 먹고 죽은 것이다. 맹꽁이의 천적은 사람이다. 밥을 많이 먹
    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맹꽁이를 없앴다. 
    
    인간이 먹을 것이 없어 곤란한 일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논에 살던 맹꽁이와 붕어, 미꾸리와 논 속의 물고기를 먹던 백로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중앙포토]
     
    인간이 먹을 것이 없어 곤란한 일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논에 살던 맹꽁이와 붕어, 미꾸리와 
    논 속의 물고기를 먹던 백로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중앙포토]
      
    
    어릴 적 먹을 것이 귀할 때 식량 증산은 당면 과제였다, 벼 품종을 개량해 추위에 강하고 낟알이 많이 맺히는 
    통일벼를 심었고, 환경이라는 개념이 모호하였을 때인지라 화학 농약을 만들어 거침없이 논과 밭에 뿌렸다. 
    별수 없었다. 일단 사람이 먹고살아야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고비를 넘겼다. 
      
    적어도 21세기에 들어서는 먹을 게 없어서 곤란해진 적은 없다. 다만 먹을게 비싸서 곤란해지기는 한다. 또는 
    너무 많이 먹어서 곤란하다. 오히려 탄수화물은 비만의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쌀을 덜 먹고 있다. 벼 품종도 양만 
    많지 맛이 없는 통일벼는 진짜 멸종된 지 오래되었고 맛있고 찰진 품종이 많이 만들어져 밥상 위에 오르고 있다. 
    맛이 좋기로는 일본산 ‘고시히카리’를 쳐준다. ‘아끼바리’는 옛말이다. 
      
    국내 품종 중에도 맛있고 찰지고 윤기 나는 쌀이 참 많다. 쌀을 예전보다 많이 먹지 않기에 쌀 빵과 쌀과자, 쌀국
    수를 만들고 있다. 쌀을 즉석에서 도정해서 팔기도 한다.쌀만큼은 원하는 대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러나 논에 살던 맹꽁이와 붕어, 미꾸리는 다 어디에 갔는지. 논물 속의 물고기를 덥석덥석 먹어 대던 백로는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식량 문제는 해결했는데 생태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탓이다. 
      
    - 식량문제는 해결됐으나 불거진 생태문제  
    인간이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먹이 사슬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 그리고 주변을 보니 인간 말고 
     
    생물이 없어졌다. 식량 문제를 해결했으나 생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중앙포토]
    인간이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먹이 사슬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 그리고 주변을 보니 인간 말고 
    생물이 없어졌다. 식량 문제를 해결했으나 생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중앙포토]
      
    
    먹이 사슬이란 단어를 초등학교에서 배웠다. 인간은 육식과 초식을 모두 하는 잡식동물로 먹이 피라미드에서 
    꼭대기에 있다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 나를 잡아먹는 무서운 동물이 없다는 것이 안심되었다.최상위 포식자란다. 
    그러니 무얼 먹어도 된다. 그렇게 배우고 그렇게 먹고 지금에 이르러 문득 주변을 보니 인간 말고 생물이 없다. 
      
    인간이 살기 위해 식물을 길러 먹고 가축을 길러 먹고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은 생물로서 당연한 이치이고 그것이 
    생태계다. 인간도 죽어서 땅에 묻히면 주변 나무에 내 몸을 내어 준다. 
      
    늑대는 신변 보호와 먹이 제공을 보장받고 대신 자기 몸을 영양분으로 내어 주는 조건으로 개라는 가축이 되었다
    고 한다. 기르는 닭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잡아 해체해 익혀 먹는다.지금 우리가 먹는 치킨은 그 일을 대신해주는 
    누군가에게 돈을 지불하고 먹는 결과물이다.연예인들이 농사짓는 모습을 그린 어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막상 
    닭을 잡아먹으려니 어떻게 잡을 것인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이 굳이 고귀한 생명을 죽이면서까지 살아야 하느냐며 매우 철학적이고 근원적 문제로 접근하는 것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새삼스럽게 죽여야 사는 것이 생태계인데 인간은 생태계에서도 멀리 떨어져 사나 보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출처: 중앙일보] 자기가 키운 닭 잡아먹는 것, 그것도 생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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