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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하준경]8학군의 부활과 경쟁의 규칙

작성자 : 이일의
    
      [동아광장/하준경]8학군의 부활과 경쟁의 규칙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입력 2018-01-27 
    
    학생간 서열화 막으면 지역간 경쟁 초래 
    특목-자사고 폐지하면 강남8학군 쏠림 효과 
    사교육이 힘 못쓰도록 균등 교육기회 보장을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서울 강남 집값 폭등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교육정책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입시 명문 8학군이 되살아나 강남지역 거주 수요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정책들은 학생 간 경쟁을 줄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동네 아이들 간 경쟁을 막아주면 그 대신 지역 간 경쟁이 불거지는 게 우리 현실이다. 
    동네 친구들끼리 경쟁하지 않고 협력해서 함께 좋은 대학에 가려면 다른 동네 아이들을 밀어내는 
    수밖에 없지 않나. 지역 간 경쟁, 즉 사교육 인프라와 면학 분위기 경쟁에선 강남이 압도적 승자라
    는 게 시장의 예상이고, 이것이 강남불패 집값 양극화를 부추겼다.
    
    입시경쟁은 교내 급우들 간 경쟁, 학교 간의 면학 분위기, 즉 또래집단 효과(peer effect) 경쟁, 각 
    지역 사교육 시장 간 경쟁 등 여러 차원에서 이뤄진다. 자사고·외고의 폐지는 이제 또래집단 효과는 
    좋은 학군에만 있다는 신호가 된다. 고교학점제는 선행학습을 한 학생이 많은 지역만이 심화과목들을 
    소화해 선택 폭을 넓혀 준다는 예측을 낳는다. 무엇보다 내신 절대평가는 비인기 지역 일반고가 갖고 
    있던 내신 경쟁력을 없애 8학군에 날개를 달아주는 결정타다. 8학군에 대항하던 경쟁력들이 모두 해체
    되는 셈이다. 정부가 8학군의 부활을 막으려고 비교과 중심으로 간다고 하면 대치동에 최고의 맞춤형 
    비교과 학원이 성행할 것이다. 
    
    희소한 자원을 놓고 경쟁이 벌어지는 현실에서 집단 내 ‘개인 간’ 경쟁을 막아주면 ‘집단 간’ 경쟁과 
    서열화가 일어난다. 그러다 집단 간 서열이 고착되면 의도와 무관하게 신분사회가 된다. 신분사회는 
    경쟁을 줄이지만 출혈경쟁 못지않은 적폐다. 
    18세기 말 정조는 ‘과거 급제자들은 모두 남산과 북악 사이에 사는 집안 자제들뿐’이라고 통탄했다. 
    그러나 그도 출제자 감독자 채점자 합격자 모두 한 동네 사람인 현실은 넘지 못했고, 이후 조선은 특권·
    부패·민란의 길을 갔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어느 영재학교는 이미 합격생 대다수가 대치동 두 개 학원 출신이라 한다. 
    한국에서 영재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돈과 정보의 네트워크로 만들어지는 것이니 가능한 일이다. 그들
    만의 리그이니 놔두자는 건 한쪽의 특권이 다른 쪽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경쟁구도의 본질을 간과한 
    말이다. 
    
    요컨대 동네 아이들 사이의 경쟁을 덜어준다고 지역 간 서열화를 방치하다 먼 동네 아이들이 단체로 
    밀려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인 아이들에게 균등한 교육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교육비와 주거비, 이 둘을 매개로 한 입시경쟁의 효과성
    을 모두 낮춰 돈도 실력’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상곤표 교육정책이 8학군 부활로 끝나지 않으려면 대학입시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미국 명문대들은 
    신입생을 뽑을 때 학업뿐 아니라 지역 간, 인종 간 다양성도 중요한 교육적 가치로 본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등의 주들은 ‘톱-N퍼센트 법’을 통과시켜 각 고교의 상위 N퍼센트(보통 10%)에게는 대학 입학을 
    보장한다. 오스틴 소재 텍사스주립대는 신입생의 80%를 이 법으로 뽑는다. 그 덕에 우수 학생들이 분산돼 
    지역 간 격차가 완화됐다는 연구도 있다. 
    대학입시가 다양성을 보장하면 각 지역 고교에서도 다양성이 커진다. 다양성은 창의성에도 좋다. 우리도 
    지역균형선발제를 소폭 운용하는데, 대학생의 성취도는 고교내신(상대평가)과 연관된다는 증거가 많다. 
    입시에 최적화된 또래집단 효과나 사교육 효과는 입시가 끝나면 인맥만 남고 대개 사라진다. 이제 톱-N퍼센트 
    법 같은 탕평책을 활용해 기울어진 경쟁 여건이 만든 격차를 적극 보정하고 지역 간 불균형도 완화해야 한다.
    
    아울러 입시 영향력을 낮춰도 남는 사교육 수요(예컨대 외국어)는 방과후학교 등 공교육 틀 내에서 최대한 
    소화해 교육 인프라 격차도 줄여야 한다. 돌봄서비스도 대폭 확충해서 학교가 수요에 따라 새벽부터 저녁까지 
    아이를 맡아 숙제도 봐주고 놀아주게 하면 가정형편에 따른 격차도 조금은 줄 것이다. 자사고·특목고는 사교육 
    유발 실태와 지역균형 기여도를 예외 없이 정밀 조사해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될 학교들은 소외 지역에 조금씩 
    살려둬도 괜찮다. 강남에 간다고 교육특권으로 신분세습이 되는 것도 아니고 땅값에 비해 보유세를 적게 내는 
    것도 아니라면 강남 집값을 보는 시선도 좀 달라지지 않겠나.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East/MainNews/3/all/20180127/88386374/1#csidx9f9812e00804e58818da84ee59cfe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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